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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세저리] 일단 살부터 찌고
- 민보영
- 조회 : 2842
- 등록일 : 2010-05-26
#1.
매주 화요일은 꿘쌤 멘토가 있는 날입니다.
축구, 또는 스포츠라는 시제로 글을 써 봅니다.
스포츠에 문외한인 기자는 얇고 좁은 지식을 짜내 써 봅니다.
A양이 글을 쓰고 나갑니다.
이어 S양이 글을 내고 나섭니다.
지난 취재보도실습 시간, 기자의 글씨에 붙여진 폰트명은 "촛농체"였습니다.
답안지는 가뜩이나 흘러내린 촛농같은 글씨에, 실수도 많아 까맣게 그을린 자국 투성이입니다.
앞으로 신문 스포츠면의 ㅅ자라도 기웃거려야겠다며
가슴을 쓸어내린 기자였습니다.
#2.
쫄래쫄래 멘토 식사 자리에도 따라갔습니다.
개구리 울음소리를 BGM으로 하고 내달린 곳은 "시인과 농부".
입체적인 인테리어와 드라마틱한 반찬맛에 여러 번 놀랍니다.
동동주 잔이 시나브로 비워지자, 꿘쌤이 학생들의 "전생"을 가늠해 보십니다.
기억나는 몇몇 평가들만 간추려 봅니다.
S양 : 조선시대에 태어났으면 크게 성공할 여인이다. 한 살림 크게 차렸을 것이다.
S군 : 눈이나 코의 생김새가, 딱 고을을 휘어잡았을 양반 감이다.
H양 : 가녀리고 글 잘 쓰는 성미가, 중세시대 유럽의 귀족 여인을 닮았다.
H군 : 농부긴 농분데 머리쓰는 농부였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묵묵히 식사중이던 T군의 전생을 묻자...
꿘샘 : T군은 일단 살부터 찌고.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3.
지난 주, 기자는 편집장에게 언질을 받았습니다.
"기사가 너무 함축적이다. 세저리 기사를 너무 시로 아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힐난에 공감하는 바, 소심한 자기변명을 해 봅니다.
제가 원래 좀 스토리텔링이 안됩니다.
설명하는 걸 귀찮아 합니다.
그래도 세저리 쓰면서 많이 좀 극복해 보려 합니다.
에쁘게 봐 주세요.
앞으로 잘 할게요.
황색언론의 심의규정을 준수하는 세저리기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