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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세저리 뉴스* 2/11(목)
- 손경호
- 조회 : 3240
- 등록일 : 2010-02-11
앞으론 모든 기사를 쓸 때 "소녀시대"를 집어 넣어야 겠어요.
"소녀시대, 우리의 소원은 통일", "소녀시대, PIGS발 재정적자가 국내에 미칠 영향을 말하다", "소녀시대 엄기영 사장 사퇴에 반발하다" 등등 말이죠.
스마트폰 잘못 썼다가 요금폭탄을 맞았지만 B급 미남의 조언을 받아 쓴 기사가 대박났답니다.
조회수 23만이라... 기자들이 독자들 호응과 격려 댓글 덕에 희열을 느낀다는 말이 실감나더군요.
뭐 제 기사에 좋은 댓글은 거의 달리지 않았지만 말이죠.
이번 기사 반응을 지켜보면서 몇 가지 배운 점이 있습니다.
1. 제목의 힘은 세다.
제가 원래 작성한 제목은 "뮤직비디오 두 편 보는데 10만원입니다"였습니다. 뮤직비디오 앞에 "스마트폰"을 넣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뺐죠. 그런데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제목은 "소녀시대 뮤비 두편 10만원이라니요"로 바뀌어있더군요.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같은 제목으로 올라와 있다가 한 두세시간쯤 지나서는 "소녀시대 허거걱 뮤비 두편 10만원"으로 다시 바뀌더라구요. 제목만 봤을때는 소녀시대 기획사가 횡포를 부렸거나 뮤직비디오 제작사가 사기쳤나 싶어서 들어온 사람들도 꽤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댓글 중에 "독자들 두 번 낚는.. 기사군요"라는 글에서는 왜 굳이 소녀시대와 아이폰을 들먹거렸냐고 헛웃음이 나온다더군요. "소녀시대"란 단어가 제목에 들어간 것은 저도 어느 정도 선정성이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제가 오마이뉴스 편집자였더라도 기사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제목에 "소녀시대"를 넣을까 말까 고민했겠죠. 그런데 오마이뉴스 본 기사에 "스마트폰 무선랜에서 3G망 자동 전환... 나도 모르게 비싼 요금 물어"이란 부제목이 들어가 있는데 댓글 단 분이 그건 못본 듯하네요. 네이버 뉴스캐스트에는 "소녀시대 뮤비 두편 10만원"이라는 내용만 나오고 거기다 소녀시대 사진까지 나오니 무심결에 클릭해 본 사람들이 많았으리라 추측해봅니다.
2. 기사는 재검증이 필수다.
"아이폰을 비롯한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무선랜 수신이 불안정한 지역에서는 자동으로 통신사 인터넷망(3G)으로 넘어가 요금이 청구된다."
댓글 중에 이 부분에 대한 말이 많더군요. 왜 스마트폰 문제를 얘기하는데 아이폰을 들먹거렸냐는 내용입니다. 스마트폰이 뭔지 알기 쉽게 말해준다는 생각으로 "아이폰을 비롯한..."이라고 쓴 건데 제 스마트폰 기종이 뭐였는지 밝히지 않아 오해를 산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용자 차원에서 제조사 보단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통신사 측에 문제가 크다는 내용이 잘 전달되지 않은 부분도 있는 것 같구요. 기사내용을 문제삼기 보단 "소녀시대", "아이폰"이 등장한 부분만 지적하는 분들이 많아서 좀 짜증이 난 것도 사실입니다만, 더 명확하고, 알기쉽게,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쓰자는 교훈을 얻었네요.
3. 아이폰 유저들은 기기가 아닌 문화를 샀다.
이번에 가장 새롭게 느낀 부분입니다. 아이폰도 스마트폰의 일종이라 기사에 어느 정도 동조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새삼스레 "아이폰 유저"들의 자부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습니다. "사용하기 편리한 좋은 기계를 구입한다"보다는 "내가 바로 아이폰 유저다"에 방점이 찍혀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최근에 아이폰이 배터리 교환이 안된다는 둥 불편한 점을 지적하는 기사들이 눈에 띄기도 했었는데요. "스마트폰 문제에 왜 아이폰을 끌어들이냐? 아이폰은 다르다"는 식의 댓글들이 저는 불편하더라구요.
아이폰이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고, 애플의 마케팅 전략 역시 "아이폰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스마트폰 관련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 아이폰 유저들의 자부심에 얼마나
큰 상처를 낸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정당한 비판이라면 받아들이겠지만 "아이폰은 스마트폰과 다르니 문제없고, 무선랜에서 3G망으로 넘어가는 것도 모르고 10만원이나 낸 너가 멍청하다"는 식의 댓글은 참기 힘들더군요.
"아이폰"이라는 새로운 문화아이콘이 "문화"의 범주를 넘어서 대중들의 "편견"과 "독설"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스럽네요. 아이폰이 부럽긴 합니다만 아이폰의 노예가 되진 말아야 할텐데 말이죠.
이상 무거운 분위기의 세저리 뉴스였습니다.
"소녀시대, 우리의 소원은 통일", "소녀시대, PIGS발 재정적자가 국내에 미칠 영향을 말하다", "소녀시대 엄기영 사장 사퇴에 반발하다" 등등 말이죠.
스마트폰 잘못 썼다가 요금폭탄을 맞았지만 B급 미남의 조언을 받아 쓴 기사가 대박났답니다.
조회수 23만이라... 기자들이 독자들 호응과 격려 댓글 덕에 희열을 느낀다는 말이 실감나더군요.
뭐 제 기사에 좋은 댓글은 거의 달리지 않았지만 말이죠.
이번 기사 반응을 지켜보면서 몇 가지 배운 점이 있습니다.
1. 제목의 힘은 세다.
제가 원래 작성한 제목은 "뮤직비디오 두 편 보는데 10만원입니다"였습니다. 뮤직비디오 앞에 "스마트폰"을 넣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뺐죠. 그런데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제목은 "소녀시대 뮤비 두편 10만원이라니요"로 바뀌어있더군요.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같은 제목으로 올라와 있다가 한 두세시간쯤 지나서는 "소녀시대 허거걱 뮤비 두편 10만원"으로 다시 바뀌더라구요. 제목만 봤을때는 소녀시대 기획사가 횡포를 부렸거나 뮤직비디오 제작사가 사기쳤나 싶어서 들어온 사람들도 꽤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댓글 중에 "독자들 두 번 낚는.. 기사군요"라는 글에서는 왜 굳이 소녀시대와 아이폰을 들먹거렸냐고 헛웃음이 나온다더군요. "소녀시대"란 단어가 제목에 들어간 것은 저도 어느 정도 선정성이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제가 오마이뉴스 편집자였더라도 기사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제목에 "소녀시대"를 넣을까 말까 고민했겠죠. 그런데 오마이뉴스 본 기사에 "스마트폰 무선랜에서 3G망 자동 전환... 나도 모르게 비싼 요금 물어"이란 부제목이 들어가 있는데 댓글 단 분이 그건 못본 듯하네요. 네이버 뉴스캐스트에는 "소녀시대 뮤비 두편 10만원"이라는 내용만 나오고 거기다 소녀시대 사진까지 나오니 무심결에 클릭해 본 사람들이 많았으리라 추측해봅니다.
2. 기사는 재검증이 필수다.
"아이폰을 비롯한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무선랜 수신이 불안정한 지역에서는 자동으로 통신사 인터넷망(3G)으로 넘어가 요금이 청구된다."
댓글 중에 이 부분에 대한 말이 많더군요. 왜 스마트폰 문제를 얘기하는데 아이폰을 들먹거렸냐는 내용입니다. 스마트폰이 뭔지 알기 쉽게 말해준다는 생각으로 "아이폰을 비롯한..."이라고 쓴 건데 제 스마트폰 기종이 뭐였는지 밝히지 않아 오해를 산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용자 차원에서 제조사 보단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통신사 측에 문제가 크다는 내용이 잘 전달되지 않은 부분도 있는 것 같구요. 기사내용을 문제삼기 보단 "소녀시대", "아이폰"이 등장한 부분만 지적하는 분들이 많아서 좀 짜증이 난 것도 사실입니다만, 더 명확하고, 알기쉽게,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쓰자는 교훈을 얻었네요.
3. 아이폰 유저들은 기기가 아닌 문화를 샀다.
이번에 가장 새롭게 느낀 부분입니다. 아이폰도 스마트폰의 일종이라 기사에 어느 정도 동조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새삼스레 "아이폰 유저"들의 자부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습니다. "사용하기 편리한 좋은 기계를 구입한다"보다는 "내가 바로 아이폰 유저다"에 방점이 찍혀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최근에 아이폰이 배터리 교환이 안된다는 둥 불편한 점을 지적하는 기사들이 눈에 띄기도 했었는데요. "스마트폰 문제에 왜 아이폰을 끌어들이냐? 아이폰은 다르다"는 식의 댓글들이 저는 불편하더라구요.
아이폰이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고, 애플의 마케팅 전략 역시 "아이폰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스마트폰 관련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 아이폰 유저들의 자부심에 얼마나
큰 상처를 낸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정당한 비판이라면 받아들이겠지만 "아이폰은 스마트폰과 다르니 문제없고, 무선랜에서 3G망으로 넘어가는 것도 모르고 10만원이나 낸 너가 멍청하다"는 식의 댓글은 참기 힘들더군요.
"아이폰"이라는 새로운 문화아이콘이 "문화"의 범주를 넘어서 대중들의 "편견"과 "독설"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스럽네요. 아이폰이 부럽긴 합니다만 아이폰의 노예가 되진 말아야 할텐데 말이죠.
이상 무거운 분위기의 세저리 뉴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