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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12월 21일 월요일 세저리 뉴습니다.
- 김연숙
- 조회 : 3652
- 등록일 : 2009-12-22
본격적인 방학의 시작이네요. 뉴스를 써야하긴 하는데, 떨어져 지내는지라 어떻게 지내는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또 하루 만에 특별한 일이 있을 것 같진 않고요.ㅋㅋ
그래서 그냥 제 얘기를 쓰기로 했습니다. 형식은 기사 대신 "오피니언" 형태 쯤 될 것 같네요. 제가 시험 보면서 느꼈던 것들을 좀 풀어놓으려고요. 공부하는 동안 나중에 제대로 된 ‘후기를 쓰겠다’고, ‘아주 긴 긴 이야기를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따로 후기라고 쓰기도 쑥스럽기도 하고...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여기다 ‘슬쩍’ 올려놓고 스치듯 지나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모든 건 결과론적으로 해석되기 마련. 열심히 했더라도 시험에 떨어지면 잘못한 게 되고, 공부 제대로 안하고 요행으로 붙었어도 시험에 붙은 사람 말이면 제법 멋있게 들립니다. 그러니까 제가 하는 말은 마음에 드는 부분만 참고하시고, 자기와 맞지 않는 부분은 “이렇게 하면 떨어지는구나” 혹은 “오래 걸리는구나” 반면교사로 삼으면 될 것 같습니다.^^
지난겨울, 거짓말 하나 안하고 정말 공부 한 글자 제대로 안했습니다. 작년 한 해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그 1년 전과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 억울했고, 그럼에도 "결정적인 순간"에 열심히 하지 않은 것 같아 부끄러웠습니다. 용산이다 YTN이다.. TV속 세상은 난리가 나 있는데 나는 산골짜기에 틀어박혀서 무얼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입만 살아서는 남의 일처럼 논평이나 하는 것도 우스웠습니다. 내가 왜 기자를 하겠다는 건지도 모르겠고, 공부를 왜 하는 건지 이유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신문, 방송 보지 않고 그렇게 세상을 회피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거의 우울증 상태였다고 진단할 수 있겠는데, 어느 순간 이러다 정말 큰일나지 싶어 심리학책을 다시 펴고 공부하기도 했고, 인문학 책 먼저 다시 읽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답을 찾기보다 외부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형사법강의도 듣고 언론인권 세미나에도 참여하고... 혼자서 외부 강연 열심히 쫓아다니며 들었고, 같은 공부를 하는 친구들보다 직장 다니는 친구들, 일반 대학원 친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서울에서 대학 도서관 가서 공부하기도 했고요. (정말 열심히들 공부하더군요.) 겨울동안 잠시 끊었던 아랍어 스터디도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좁은 공간 안에서 나만 힘들고 나만 좋은 일 하는 것처럼 우쭐대지만, 더 진심으로 치열하게 공부를 하는 대학원생도 있고, 기자보다 훨씬 겸손한 태도로 세상을 대하면서도 공익을 위해 봉사하는 교수님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아랍어 스터디 하면서 저렇게 어떻게 살까 싶을 정도로 힘들게 매일 야근을 밥먹듯하는 직장인들도 만났고, 언론에는 관심도 없고 불신만 가득한 기업가 아저씨도 만났습니다. 과외는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요즘 고등학생들을 만나 요즘 트렌드를 알아가는 즐거움도 쏠쏠했습니다. 서울에 있으면 쉽게 만나는 분들이었겠지만, 기숙사-문화관 좁은 공간만 왔다갔다하고 오로지 나한테만 관심을 두었던 탓에 한참 잊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좀처럼 쉽게 정리하지 못했던, 내가 기자가 되고 싶은 이유를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올해까지만 공부하자. 벌써 몇 년 째.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력도 모자랐고 운도 없었다고 볼 수 있지만,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는데 늘지 않는 실력은... 뭐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래 제가 가진 그릇이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달리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공부 기한은 올해까지로 정했습니다. 대신 "하는 데까지는 다해보자" 라고 생각했습니다. 할만큼 생각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지더군요.
그리고 당장 시험이 없는 1학기에는 천천히 공부했습니다. 심리학 전공자라 그런지 몰라도 ‘마음이 절반 이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먼저 나를 단단하게 새우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리고 남쌤, 특강에서 김영민, 고미숙, 정희진 쌤이 했던 얘기들 되새기고 책 읽으면서 실천하고자 했습니다. “욕망의 지도를 이해하고, 버릇을 바꾸고 생활을 바꾸자”고...ㅋㅋㅋ 우선 저는 체력이 약한 게 단점이기 때문에 ("저질체력") 체력 때문에라도, "다르게 살아보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당분간은 절대 술은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스트레스 받을 땐 대신 혼자 운동하거나 산책했습니다. 혹은 차라리 TV를 보거나 잠을 잤습니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마음이 조금씩 정리가 되고, 공부가 다시 재밌고 즐거워졌습니다. 그렇게 한 학기 지나고 나니 서울 친구가 저에게 “제천에서 도 닦았냐”고 하더군요. “너 죽으면 사리 나오겠다”고. 이 상태에서 1년 더 수험생으로 있었다면, 정말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
지나간 얘기를 굳이 꺼내는 건,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실 분이 또 있을지 몰라서입니다. 연말이고 얼마 후면 또 한 살 먹게 되는데... 한해 농사에 별다른 소득이 없는 것 같아 답답한 분이 있을 겁니다. 또 문화관과 기숙사... 좁은 공간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면서 느끼는 어려움도 있을 겁니다. 제 고백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마음을 잡았다면, 공부 방법도 참고하시라고 전형별로 제 ‘경험담’ 조금 올립니다.
*필기시험
“낚시로 잡지 말고 그물로 잡아라” 남쌤이 늘 했던 말인데요. 어차피 한번 써봤던 주제가 시험 문제로 나온다고 붙는다는 보장도 없고, 한 번 써봤던 글이라고 시험장에서 그대로 절대 생각 안 납니다. 저 역시 한 번도 생각지 않았던 주제가 문제로 나와 처음엔 당황했던 적이 많지만, 제가 원하는 주제로 끌고나가 글을 완성했습니다. 특수한 주제를 빼놓고는 거기서 거깁니다. 민족주의 / 민주주의 / 개발주의 / 언론 / 법치주의 등등 큰 주제로 나눴습니다. 그리고 도서관가서 관련 책들 전부 읽고, 지식을 외우는 게 아니라 혼자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깊이있는 시각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번 제대로 공부하고 정리하고 나면, 대부분의 문제들은 그물에 걸립니다ㅋ
신문은 상식, 이슈정리 등에 이용했습니다. 어차피 수백 명에서 천명이 보는 시험. 신문에 나온 건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봤 을 거고, 내가 인상적으로 봤던 표현이나 글은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고 그 내용을 시험장에서 썼을 경우 다른 사람들과 겹칠 가능성이 커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대신 주제와 관련된 책이나 관련 논문, 계간지 읽고 생각을 정리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관련 주제를 한국사회에 맞게 한 문단으로만 정리해놓으면 어떤 주제가 나와도 나름의 방식으로 갖다 붙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 글은 구체적 수치나 정보 없어도, 합격했습니다.
무엇보다 글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글을 쓸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작년 경제 수업시간에 쓴 글로 제쌤한테 “이 문장은 totally disaster야"라는 말 들은 사람, 접니다.ㅠ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충 쓰고 짜깁기 하려다 보니 문장이 전부 얽혀버립니다. 대신, 제대로 이해하고 할 말이 분명한 상태에서는 시험장에서도 글이 한 번에 나갑니다. 그리고 그런 글을 썼을 때는, 어떤 글을 썼는지 어떤 문장으로 문단을 시작하고 닫았는지까지 생각납니다. 그래서 모르는 내용은 완전히 공부하고 쓰고, 아는 건 아는 내용만 분명하게 쓰자고 생각했습니다. (모르는 내용 대충 쓰면, 제쌤한테 갔다가 정말 어김없이 "피범벅"이 되어 돌아왔습니다ㅋ) 그리고 컴퓨터로 쓰지 말고 손으로 쓰자고. 컴퓨터로 쓰면 고치기도 쉽고 갖다 붙이기도 쉬워서 나중에는 내 글이 내 글이 아니게 되는데, 실전을 위해서라도 평상시에 손으로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제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상식이나 국어 같은 데 힘 빼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상식시험이 중요한 시험이 있고 그렇지 않은 시험이 있습니다. 자기가 어느 매체에 가고 싶은지 먼저 정하면, 공부 비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나옵니다. 토익이나 한국어 시험, 일정 점수만 얻고 나서는 더 이상 신경 안 썼습니다. 작년에 토익 만료 앞두고 급하게 봤던 시험에서 850나왔습니다. 연합뉴스 합격자 중에 가장 최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웬만하면 시험 자격은 얻을 수 있는 점수였기에 다음부터는 관심 껐습니다. 대신 진짜 영어 공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1학기 때 위더스푼 영어 뉴스 수업에서는 일부러 어려운 영문 기사를 골라 봤더니 한 학기 지나니까 그래도 "조금은" 영문뉴스에 익숙해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오래가진 않았지만) 시험 앞두고는 최쌤 말대로 AP나 로이터의 단순한 스트레이트 기사 위주로 공부했습니다. 주기적으로 한 건 아니지만, 심심하거나 생각날 때마다 영문 기사 보고 해석하고 베껴보기도 했습니다. 제 공부는 아니었지만, 고등학생 과외하면서 어쨌든 주기적으로 영어 텍스트를 본 게 도움이 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식이 정말 중요한 한겨레 같은 곳이 제 1순위가 아니었기에, 저는 상식 비중은 과감하게 낮췄습니다. 중요 이슈들 위주로 정리하고, 시험을 앞두고서만 기사 스크랩한 내용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정리한 상식용어들 살펴보고요. 참고로, 저 조선일보 상식시험에서 ‘4대강’ 이름도 제대로 쓰지 못했습니다.;;;; 주관식 보면 몇 개나 맞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조선일보 관련 문제는 전부 틀렸고요. 시험날, 상식 시험 끝내고 쉬는 시간에 “그냥 집으로 갈까”를 고민했을 정도로 처참했습니다. 그럼 상식 비중이 대충 계산이 되죠? 다만, 돌이켜보니 객관식에서 원리를 묻는 문제 같은 것들은 거의 다 맞았던 것 같습니다. 따로 공부안해도 기사읽고 이해하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내용들이었겠죠. 매체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상시 신문 보고 사안을 이해할 정도로 하고, 시험 앞두고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글은 평상시에, 상식은 시험 앞두고.
*실무평가
학교 수업은 특히 실무평가에서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학교 입학 전에 실무평가 갔을 때의 막막함과 견주어보면, 올해 시험장에는 그래도 자신감 있게 들어섰던 것 같습니다. 대신 실무평가는 평상시에 준비했습니다. 평상시에 신문, 방송 보면서 각 매체마다 다 나온 기사들이 있으면 더 꼼꼼하게 보면서 비교하고 나중을 위해 자료를 모았습니다. 같은 내용을 보도한 기사를 각 매체별로 전부 모으고, 해당 기사의 보도자료를 관련 부처 홈페이지 가서 다운 받아 모았습니다. 그리고 시간 날 때마다 혼자 써보는 연습을 하고 현직들이 쓴 기사와 비교해봤습니다. 저는 평상시에 방송 기사 쓰는 연습만 했지만, 스트레이트는 신문 형식과 별로 다르지 않기에 신문사 시험에서도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보도자료 주고 기사쓰기를 시킬 때는 대개 시간이 아주 짧습니다. 작년 mbc 실무에서는 20분 줬고, 올해 연합 실무에서는 90분에 2개 쓰라고 했습니다. 우선 욕심 버리고 기사나 완성하자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구성, 완결성 이런 것 보다 우선 팩트를 정확하게 담을 것. (전에 kbs 합숙에서 통계기사에 숫자 0하나 더 붙였다가 "이러다 정정보도 해야한다"고 혼난 적 있습니다.;;) 그리고 형식을 외우고 있으니 어렵지 않게 쓸 수 있었습니다. 세부적으로 신경 쓴 것은 주어를 어떻게 받을 것인지 ("이 씨는", "이 경정은"), 문장을 어떻게 끝낼 것인지. "말했다" "밝혔다" "털어놓았다" 등 기사에 쓰는 단어는 되도록 다양하게 하려고 신경썼습니다. 물론 전부 수업시간에 배운 기본들이죠.^^
취재까지 겸한 현장평가는 사실 막막했습니다. 단시간 연습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사람마다 실력이 더 분명하게 드러나는 시험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답답했지만 몇 가지 원칙만 새기고 갔습니다.
- 잘 아는 내용을 쓸것. (일례로 조선일보에서 송도와 남한산성, 두 가지 장소가 제시되었는데요. 처음에는 송도로 하려다가 남한산성으로 바꿨습니다. 송도 국제도시를 택하면 이래저래 전문적이고 정교한 내용이 많이 들어갈 텐데 전화도 인터넷도 쓸 수 없고 주말이라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상태에서 내용을 잘 다룰 자신이 없었습니다. 대신 남한산성은 아는 것은 없었지만, 일단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 사는 얘기를 다루면 그래도 잘 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
- 괜히 특이한 주제 찾는다고 힘 빼지 말고, 평범한 이야기라도 완결성 있게 쓰자.
- 아무데다 들쑤시지 말고, 공신력 있는 정보를 얻을 것. 추상적으로 쓰지 말고 숫자를 얻어낼 것. 인터뷰이 신상은 정확하게.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정확하게 얻어낼 것. (남한산성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파출소 먼저 찾아 지도도 얻고 마을 정보도 얻었습니다. 그리고 마을 주민들마다 하는 말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이장님’ 찾아 정확한 정보 얻고, 관리사무소 찾아 정확한 통계를 얻고자 했습니다. )
그리고 작년에 취재보도실습 시간에 배웠던, “결국엔 기사도 글이랑 똑같다”는 말을 새기면서 돌아와 기사를 썼습니다. 어떻게 인상을 남길것인지, 어떻게 재미난 글을 쓸 것인지, 문단별로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 등을 염두에 뒀습니다. 구두신고 남한산성 하루 종일 오르내리며 혼자 드라마를 찍었지만, 막상 쓰려고 보니 2시간 안에 2000자를 쓰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의 그 의욕과 달리 결국 시간에 쫓겨 날림으로 기사를 완성하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습니다. 역시, 손으로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 조선일보, 실무평가에 200자 갱지 원고지 줍디다.;; 분량 가늠하고 계산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8절지처럼 글씨로 분량을 조절하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토론은 상황마다 다릅니다. 6~7명이 들어가 20정도로 짧게 시간을 주는 때는 한 사람이 두 세마디조차 제대로 하기 힘듭니다. 이 때는 되도록 적극적으로 한번이라도 발언 기회를 더 얻으려고 했습니다. 대신, 40분~1시간씩 시간을 주고 토론하라고 할 때는 우선 오버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이럴 때는 기본을 지키는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의욕에 넘쳐서 자꾸 말하다 보면 흥분하기도 쉽고, 맥락과 어긋난 얘기를 하면서 자폭하는 경우 여럿 봤습니다. 차라리 내가 할 말은 안정적으로 똑 부러지게 말하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논리에 어긋나게 말할 때 정확하게 짚어주거나, 토론이 산으로 갈 때 방향을 전환하는 말 정도면, 같은 토론자 입장에서도 눈에 쏙 들어옵니다. 토론에서 크게 점수가 벌어지는 경우는 많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아주 특별히 잘하거나 못하는 경우는 예외겠죠.)
*면접.
면접 연습은 작년에 특히 많이 했기에 올해 따로 연습을 하진 않았습니다. 매체에 따라 조금씩 다른 내용은 시험 전날 제쌤과 실전연습 하면서 정리한 게 도움이 됐습니다. 대신 평상시에 생각했습니다. 늘 혼자서 “내가 기자가 되려는 이유가 뭐지?” “저널리즘스쿨에서 뭘 얻었지?” “내가 심리학을 전공한 게 기자 업무에 어떤 도움이 되지?” “내가 2580에서 뭘 배웠지?” 늘 혼자 생각하고 정리했습니다. 면접용으로 관련 이슈를 정리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무조건 두괄식으로 생각하고, 3~4 문장 정도로 명료하게 말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학부시절 들었던 강의를 돌이켜보면... 듣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어조와 말하는 습관 같은 것들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듣는 사람에게 안정감을 주고 신뢰감을 줄 수 있는지 고민했습니다.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려고 보니 신경이 여간 쓰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면접에서 워낙 많이 떨어졌고, 잘 나가다도 한번씩 자폭발언을 했던 아픔이 있었기에 일부러 그렇게 습관을 들이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니 아무리 다른 모습으로 세팅해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도, 결국 시험장에서는 평상시 제가 생각했던 내용이 튀어나오더라고요.
연합뉴스 면접장에서 제가 받았던 질문은... (10분 정도)
심리학을 전공했다고 하는데,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나;;;/ 왜 심리학을 전공했지 / 저널리즘스쿨에서 공부한 게 어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 외국어에 소질이 있나 / 인턴을 얼마나 했지? / 두 달 밖에 안 되는데 뭐 뭘 느꼈나 / 왜 중동주재 특파원이 되고 싶은거지? / 오늘의 주요 뉴스 /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다고 하는데, 당시 아버지의 일이 무슨 관련이 있었지? (이건 자소서에 있는 내용) 등등 기본적인 질문.
그리고...
아 힘듭니다.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습니다.
돌이켜보면, 일희일비 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처음에 막 흥분하는 사람은 얼마 못 가 나가 떨어지고 맙니다. 저는 "글 쓰는 재주"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저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결과 발표가 날 때도 괜히 초조하게 기다리지 않고, 평상시처럼 행동했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떨어진 날이면 그 날만 조금 "휘둘려주고" 다음 날은 다시 평상시로 돌아갔습니다. 어차피 시험장 나설 때면 붙을지 떨어질지 자기가 압니다. 자기가 ‘괜찮게 썼다’ 싶으면 붙고, ‘아니다’ 싶으면 아닌거죠. 내가 "괜찮게 썼다"고 생각했는데 떨어진 경우는? 다른 합격자들이 정말 글을 잘 썼거나, 채점자와 글쓰는 스타일이 다르거나 혹은 글 보는 눈이 없는 거라고 그냥 혼자 생각하고 잊었습니다.
괜히 시험보고 와서 피곤하다고 한 잔, 결과 나올 때마다 떨어졌다고 한 잔 마시다보면 공부할 시간 다 지나갑니다. 시험은 대개 시즌에 몰려있고, 1주 간격으로 연달아있는데 말이죠. 마음을 비워야, 기쁨은 더 크게 즐기고 떨어진 슬픔도 반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시험 못보고 오면 정말 짜증나지만, 바로 다음 시험 준비 모드로 바꿨습니다. 언론사마다 시험 과목도 유형도 다르니까 1주일이란 시간으로는 촉박합니다. 올해 제일 염두에 뒀던 mbc 필기 시험장 나서면서, 정말 그지같이 시험봤다는 생각에 화도 나고 짜증도 나고 우울하기도 했는데... 내려와서 과외 두 개 하고 ‘다문화’ 발제 준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럴 때면 오히려 몸을 지치게 만들어 잡생각없이 밤에 쓰러져 자게 만들었습니다. (다만 서울에서 제천으로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우울해하는 저 달래느라, 해곤 오빠 진땀 깨나 흘렸습니다. 다 기억하고 있어요. 고마워요, 오빠.:))
낙담하지도 말고 자만하지도 말고 그냥 ‘늘 그렇게’ 준비하는 게 좋을 중요할 것 같습니다. 항심!
저 시험 볼 때마다 교수님들, 동기들 도움도 많이 받았고, 주변 선배들 도움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실무 평가 볼 때마다, 면접 볼 때마다... 자기가 알고 있는 정보는 물론, 회사 동기한테 부탁해서, 출입처 타사 선배한테 부탁해서 후기를 얻어다주고 정보를 건네주던 언니 오빠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기본 원칙이야 모두 같지만, 회사별로 전형별로 어떤 걸 중점적으로 보는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다르니까요. 아쉽게도, 학교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없었지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제가 줄 수 있는 도움은 전부 드릴게요. 시험장 문턱은 정말 닳도록 들락거려서, 제 경험치 안에서도 줄 수 있는 도움은 많은 것 같네요.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거?! 더이상 길어지면 안될 것 같아 줄입니다. 저 제천이 집인 거 알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어쩌면 저는 제천에서도 볼일이 있겠죠ㅋ 언제든 연락주세요:)
그래서 그냥 제 얘기를 쓰기로 했습니다. 형식은 기사 대신 "오피니언" 형태 쯤 될 것 같네요. 제가 시험 보면서 느꼈던 것들을 좀 풀어놓으려고요. 공부하는 동안 나중에 제대로 된 ‘후기를 쓰겠다’고, ‘아주 긴 긴 이야기를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따로 후기라고 쓰기도 쑥스럽기도 하고...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여기다 ‘슬쩍’ 올려놓고 스치듯 지나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모든 건 결과론적으로 해석되기 마련. 열심히 했더라도 시험에 떨어지면 잘못한 게 되고, 공부 제대로 안하고 요행으로 붙었어도 시험에 붙은 사람 말이면 제법 멋있게 들립니다. 그러니까 제가 하는 말은 마음에 드는 부분만 참고하시고, 자기와 맞지 않는 부분은 “이렇게 하면 떨어지는구나” 혹은 “오래 걸리는구나” 반면교사로 삼으면 될 것 같습니다.^^
지난겨울, 거짓말 하나 안하고 정말 공부 한 글자 제대로 안했습니다. 작년 한 해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그 1년 전과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 억울했고, 그럼에도 "결정적인 순간"에 열심히 하지 않은 것 같아 부끄러웠습니다. 용산이다 YTN이다.. TV속 세상은 난리가 나 있는데 나는 산골짜기에 틀어박혀서 무얼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입만 살아서는 남의 일처럼 논평이나 하는 것도 우스웠습니다. 내가 왜 기자를 하겠다는 건지도 모르겠고, 공부를 왜 하는 건지 이유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신문, 방송 보지 않고 그렇게 세상을 회피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거의 우울증 상태였다고 진단할 수 있겠는데, 어느 순간 이러다 정말 큰일나지 싶어 심리학책을 다시 펴고 공부하기도 했고, 인문학 책 먼저 다시 읽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답을 찾기보다 외부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형사법강의도 듣고 언론인권 세미나에도 참여하고... 혼자서 외부 강연 열심히 쫓아다니며 들었고, 같은 공부를 하는 친구들보다 직장 다니는 친구들, 일반 대학원 친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서울에서 대학 도서관 가서 공부하기도 했고요. (정말 열심히들 공부하더군요.) 겨울동안 잠시 끊었던 아랍어 스터디도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좁은 공간 안에서 나만 힘들고 나만 좋은 일 하는 것처럼 우쭐대지만, 더 진심으로 치열하게 공부를 하는 대학원생도 있고, 기자보다 훨씬 겸손한 태도로 세상을 대하면서도 공익을 위해 봉사하는 교수님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아랍어 스터디 하면서 저렇게 어떻게 살까 싶을 정도로 힘들게 매일 야근을 밥먹듯하는 직장인들도 만났고, 언론에는 관심도 없고 불신만 가득한 기업가 아저씨도 만났습니다. 과외는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요즘 고등학생들을 만나 요즘 트렌드를 알아가는 즐거움도 쏠쏠했습니다. 서울에 있으면 쉽게 만나는 분들이었겠지만, 기숙사-문화관 좁은 공간만 왔다갔다하고 오로지 나한테만 관심을 두었던 탓에 한참 잊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좀처럼 쉽게 정리하지 못했던, 내가 기자가 되고 싶은 이유를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올해까지만 공부하자. 벌써 몇 년 째.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력도 모자랐고 운도 없었다고 볼 수 있지만,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는데 늘지 않는 실력은... 뭐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래 제가 가진 그릇이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달리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공부 기한은 올해까지로 정했습니다. 대신 "하는 데까지는 다해보자" 라고 생각했습니다. 할만큼 생각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지더군요.
그리고 당장 시험이 없는 1학기에는 천천히 공부했습니다. 심리학 전공자라 그런지 몰라도 ‘마음이 절반 이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먼저 나를 단단하게 새우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리고 남쌤, 특강에서 김영민, 고미숙, 정희진 쌤이 했던 얘기들 되새기고 책 읽으면서 실천하고자 했습니다. “욕망의 지도를 이해하고, 버릇을 바꾸고 생활을 바꾸자”고...ㅋㅋㅋ 우선 저는 체력이 약한 게 단점이기 때문에 ("저질체력") 체력 때문에라도, "다르게 살아보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당분간은 절대 술은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스트레스 받을 땐 대신 혼자 운동하거나 산책했습니다. 혹은 차라리 TV를 보거나 잠을 잤습니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마음이 조금씩 정리가 되고, 공부가 다시 재밌고 즐거워졌습니다. 그렇게 한 학기 지나고 나니 서울 친구가 저에게 “제천에서 도 닦았냐”고 하더군요. “너 죽으면 사리 나오겠다”고. 이 상태에서 1년 더 수험생으로 있었다면, 정말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
지나간 얘기를 굳이 꺼내는 건,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실 분이 또 있을지 몰라서입니다. 연말이고 얼마 후면 또 한 살 먹게 되는데... 한해 농사에 별다른 소득이 없는 것 같아 답답한 분이 있을 겁니다. 또 문화관과 기숙사... 좁은 공간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면서 느끼는 어려움도 있을 겁니다. 제 고백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마음을 잡았다면, 공부 방법도 참고하시라고 전형별로 제 ‘경험담’ 조금 올립니다.
*필기시험
“낚시로 잡지 말고 그물로 잡아라” 남쌤이 늘 했던 말인데요. 어차피 한번 써봤던 주제가 시험 문제로 나온다고 붙는다는 보장도 없고, 한 번 써봤던 글이라고 시험장에서 그대로 절대 생각 안 납니다. 저 역시 한 번도 생각지 않았던 주제가 문제로 나와 처음엔 당황했던 적이 많지만, 제가 원하는 주제로 끌고나가 글을 완성했습니다. 특수한 주제를 빼놓고는 거기서 거깁니다. 민족주의 / 민주주의 / 개발주의 / 언론 / 법치주의 등등 큰 주제로 나눴습니다. 그리고 도서관가서 관련 책들 전부 읽고, 지식을 외우는 게 아니라 혼자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깊이있는 시각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번 제대로 공부하고 정리하고 나면, 대부분의 문제들은 그물에 걸립니다ㅋ
신문은 상식, 이슈정리 등에 이용했습니다. 어차피 수백 명에서 천명이 보는 시험. 신문에 나온 건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봤 을 거고, 내가 인상적으로 봤던 표현이나 글은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고 그 내용을 시험장에서 썼을 경우 다른 사람들과 겹칠 가능성이 커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대신 주제와 관련된 책이나 관련 논문, 계간지 읽고 생각을 정리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관련 주제를 한국사회에 맞게 한 문단으로만 정리해놓으면 어떤 주제가 나와도 나름의 방식으로 갖다 붙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 글은 구체적 수치나 정보 없어도, 합격했습니다.
무엇보다 글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글을 쓸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작년 경제 수업시간에 쓴 글로 제쌤한테 “이 문장은 totally disaster야"라는 말 들은 사람, 접니다.ㅠ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충 쓰고 짜깁기 하려다 보니 문장이 전부 얽혀버립니다. 대신, 제대로 이해하고 할 말이 분명한 상태에서는 시험장에서도 글이 한 번에 나갑니다. 그리고 그런 글을 썼을 때는, 어떤 글을 썼는지 어떤 문장으로 문단을 시작하고 닫았는지까지 생각납니다. 그래서 모르는 내용은 완전히 공부하고 쓰고, 아는 건 아는 내용만 분명하게 쓰자고 생각했습니다. (모르는 내용 대충 쓰면, 제쌤한테 갔다가 정말 어김없이 "피범벅"이 되어 돌아왔습니다ㅋ) 그리고 컴퓨터로 쓰지 말고 손으로 쓰자고. 컴퓨터로 쓰면 고치기도 쉽고 갖다 붙이기도 쉬워서 나중에는 내 글이 내 글이 아니게 되는데, 실전을 위해서라도 평상시에 손으로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제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상식이나 국어 같은 데 힘 빼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상식시험이 중요한 시험이 있고 그렇지 않은 시험이 있습니다. 자기가 어느 매체에 가고 싶은지 먼저 정하면, 공부 비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나옵니다. 토익이나 한국어 시험, 일정 점수만 얻고 나서는 더 이상 신경 안 썼습니다. 작년에 토익 만료 앞두고 급하게 봤던 시험에서 850나왔습니다. 연합뉴스 합격자 중에 가장 최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웬만하면 시험 자격은 얻을 수 있는 점수였기에 다음부터는 관심 껐습니다. 대신 진짜 영어 공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1학기 때 위더스푼 영어 뉴스 수업에서는 일부러 어려운 영문 기사를 골라 봤더니 한 학기 지나니까 그래도 "조금은" 영문뉴스에 익숙해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오래가진 않았지만) 시험 앞두고는 최쌤 말대로 AP나 로이터의 단순한 스트레이트 기사 위주로 공부했습니다. 주기적으로 한 건 아니지만, 심심하거나 생각날 때마다 영문 기사 보고 해석하고 베껴보기도 했습니다. 제 공부는 아니었지만, 고등학생 과외하면서 어쨌든 주기적으로 영어 텍스트를 본 게 도움이 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식이 정말 중요한 한겨레 같은 곳이 제 1순위가 아니었기에, 저는 상식 비중은 과감하게 낮췄습니다. 중요 이슈들 위주로 정리하고, 시험을 앞두고서만 기사 스크랩한 내용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정리한 상식용어들 살펴보고요. 참고로, 저 조선일보 상식시험에서 ‘4대강’ 이름도 제대로 쓰지 못했습니다.;;;; 주관식 보면 몇 개나 맞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조선일보 관련 문제는 전부 틀렸고요. 시험날, 상식 시험 끝내고 쉬는 시간에 “그냥 집으로 갈까”를 고민했을 정도로 처참했습니다. 그럼 상식 비중이 대충 계산이 되죠? 다만, 돌이켜보니 객관식에서 원리를 묻는 문제 같은 것들은 거의 다 맞았던 것 같습니다. 따로 공부안해도 기사읽고 이해하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내용들이었겠죠. 매체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상시 신문 보고 사안을 이해할 정도로 하고, 시험 앞두고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글은 평상시에, 상식은 시험 앞두고.
*실무평가
학교 수업은 특히 실무평가에서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학교 입학 전에 실무평가 갔을 때의 막막함과 견주어보면, 올해 시험장에는 그래도 자신감 있게 들어섰던 것 같습니다. 대신 실무평가는 평상시에 준비했습니다. 평상시에 신문, 방송 보면서 각 매체마다 다 나온 기사들이 있으면 더 꼼꼼하게 보면서 비교하고 나중을 위해 자료를 모았습니다. 같은 내용을 보도한 기사를 각 매체별로 전부 모으고, 해당 기사의 보도자료를 관련 부처 홈페이지 가서 다운 받아 모았습니다. 그리고 시간 날 때마다 혼자 써보는 연습을 하고 현직들이 쓴 기사와 비교해봤습니다. 저는 평상시에 방송 기사 쓰는 연습만 했지만, 스트레이트는 신문 형식과 별로 다르지 않기에 신문사 시험에서도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보도자료 주고 기사쓰기를 시킬 때는 대개 시간이 아주 짧습니다. 작년 mbc 실무에서는 20분 줬고, 올해 연합 실무에서는 90분에 2개 쓰라고 했습니다. 우선 욕심 버리고 기사나 완성하자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구성, 완결성 이런 것 보다 우선 팩트를 정확하게 담을 것. (전에 kbs 합숙에서 통계기사에 숫자 0하나 더 붙였다가 "이러다 정정보도 해야한다"고 혼난 적 있습니다.;;) 그리고 형식을 외우고 있으니 어렵지 않게 쓸 수 있었습니다. 세부적으로 신경 쓴 것은 주어를 어떻게 받을 것인지 ("이 씨는", "이 경정은"), 문장을 어떻게 끝낼 것인지. "말했다" "밝혔다" "털어놓았다" 등 기사에 쓰는 단어는 되도록 다양하게 하려고 신경썼습니다. 물론 전부 수업시간에 배운 기본들이죠.^^
취재까지 겸한 현장평가는 사실 막막했습니다. 단시간 연습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사람마다 실력이 더 분명하게 드러나는 시험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답답했지만 몇 가지 원칙만 새기고 갔습니다.
- 잘 아는 내용을 쓸것. (일례로 조선일보에서 송도와 남한산성, 두 가지 장소가 제시되었는데요. 처음에는 송도로 하려다가 남한산성으로 바꿨습니다. 송도 국제도시를 택하면 이래저래 전문적이고 정교한 내용이 많이 들어갈 텐데 전화도 인터넷도 쓸 수 없고 주말이라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상태에서 내용을 잘 다룰 자신이 없었습니다. 대신 남한산성은 아는 것은 없었지만, 일단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 사는 얘기를 다루면 그래도 잘 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
- 괜히 특이한 주제 찾는다고 힘 빼지 말고, 평범한 이야기라도 완결성 있게 쓰자.
- 아무데다 들쑤시지 말고, 공신력 있는 정보를 얻을 것. 추상적으로 쓰지 말고 숫자를 얻어낼 것. 인터뷰이 신상은 정확하게.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정확하게 얻어낼 것. (남한산성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파출소 먼저 찾아 지도도 얻고 마을 정보도 얻었습니다. 그리고 마을 주민들마다 하는 말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이장님’ 찾아 정확한 정보 얻고, 관리사무소 찾아 정확한 통계를 얻고자 했습니다. )
그리고 작년에 취재보도실습 시간에 배웠던, “결국엔 기사도 글이랑 똑같다”는 말을 새기면서 돌아와 기사를 썼습니다. 어떻게 인상을 남길것인지, 어떻게 재미난 글을 쓸 것인지, 문단별로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 등을 염두에 뒀습니다. 구두신고 남한산성 하루 종일 오르내리며 혼자 드라마를 찍었지만, 막상 쓰려고 보니 2시간 안에 2000자를 쓰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의 그 의욕과 달리 결국 시간에 쫓겨 날림으로 기사를 완성하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습니다. 역시, 손으로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 조선일보, 실무평가에 200자 갱지 원고지 줍디다.;; 분량 가늠하고 계산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8절지처럼 글씨로 분량을 조절하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토론은 상황마다 다릅니다. 6~7명이 들어가 20정도로 짧게 시간을 주는 때는 한 사람이 두 세마디조차 제대로 하기 힘듭니다. 이 때는 되도록 적극적으로 한번이라도 발언 기회를 더 얻으려고 했습니다. 대신, 40분~1시간씩 시간을 주고 토론하라고 할 때는 우선 오버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이럴 때는 기본을 지키는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의욕에 넘쳐서 자꾸 말하다 보면 흥분하기도 쉽고, 맥락과 어긋난 얘기를 하면서 자폭하는 경우 여럿 봤습니다. 차라리 내가 할 말은 안정적으로 똑 부러지게 말하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논리에 어긋나게 말할 때 정확하게 짚어주거나, 토론이 산으로 갈 때 방향을 전환하는 말 정도면, 같은 토론자 입장에서도 눈에 쏙 들어옵니다. 토론에서 크게 점수가 벌어지는 경우는 많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아주 특별히 잘하거나 못하는 경우는 예외겠죠.)
*면접.
면접 연습은 작년에 특히 많이 했기에 올해 따로 연습을 하진 않았습니다. 매체에 따라 조금씩 다른 내용은 시험 전날 제쌤과 실전연습 하면서 정리한 게 도움이 됐습니다. 대신 평상시에 생각했습니다. 늘 혼자서 “내가 기자가 되려는 이유가 뭐지?” “저널리즘스쿨에서 뭘 얻었지?” “내가 심리학을 전공한 게 기자 업무에 어떤 도움이 되지?” “내가 2580에서 뭘 배웠지?” 늘 혼자 생각하고 정리했습니다. 면접용으로 관련 이슈를 정리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무조건 두괄식으로 생각하고, 3~4 문장 정도로 명료하게 말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학부시절 들었던 강의를 돌이켜보면... 듣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어조와 말하는 습관 같은 것들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듣는 사람에게 안정감을 주고 신뢰감을 줄 수 있는지 고민했습니다.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려고 보니 신경이 여간 쓰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면접에서 워낙 많이 떨어졌고, 잘 나가다도 한번씩 자폭발언을 했던 아픔이 있었기에 일부러 그렇게 습관을 들이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니 아무리 다른 모습으로 세팅해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도, 결국 시험장에서는 평상시 제가 생각했던 내용이 튀어나오더라고요.
연합뉴스 면접장에서 제가 받았던 질문은... (10분 정도)
심리학을 전공했다고 하는데,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나;;;/ 왜 심리학을 전공했지 / 저널리즘스쿨에서 공부한 게 어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 외국어에 소질이 있나 / 인턴을 얼마나 했지? / 두 달 밖에 안 되는데 뭐 뭘 느꼈나 / 왜 중동주재 특파원이 되고 싶은거지? / 오늘의 주요 뉴스 /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다고 하는데, 당시 아버지의 일이 무슨 관련이 있었지? (이건 자소서에 있는 내용) 등등 기본적인 질문.
그리고...
아 힘듭니다.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습니다.
돌이켜보면, 일희일비 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처음에 막 흥분하는 사람은 얼마 못 가 나가 떨어지고 맙니다. 저는 "글 쓰는 재주"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저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결과 발표가 날 때도 괜히 초조하게 기다리지 않고, 평상시처럼 행동했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떨어진 날이면 그 날만 조금 "휘둘려주고" 다음 날은 다시 평상시로 돌아갔습니다. 어차피 시험장 나설 때면 붙을지 떨어질지 자기가 압니다. 자기가 ‘괜찮게 썼다’ 싶으면 붙고, ‘아니다’ 싶으면 아닌거죠. 내가 "괜찮게 썼다"고 생각했는데 떨어진 경우는? 다른 합격자들이 정말 글을 잘 썼거나, 채점자와 글쓰는 스타일이 다르거나 혹은 글 보는 눈이 없는 거라고 그냥 혼자 생각하고 잊었습니다.
괜히 시험보고 와서 피곤하다고 한 잔, 결과 나올 때마다 떨어졌다고 한 잔 마시다보면 공부할 시간 다 지나갑니다. 시험은 대개 시즌에 몰려있고, 1주 간격으로 연달아있는데 말이죠. 마음을 비워야, 기쁨은 더 크게 즐기고 떨어진 슬픔도 반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시험 못보고 오면 정말 짜증나지만, 바로 다음 시험 준비 모드로 바꿨습니다. 언론사마다 시험 과목도 유형도 다르니까 1주일이란 시간으로는 촉박합니다. 올해 제일 염두에 뒀던 mbc 필기 시험장 나서면서, 정말 그지같이 시험봤다는 생각에 화도 나고 짜증도 나고 우울하기도 했는데... 내려와서 과외 두 개 하고 ‘다문화’ 발제 준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럴 때면 오히려 몸을 지치게 만들어 잡생각없이 밤에 쓰러져 자게 만들었습니다. (다만 서울에서 제천으로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우울해하는 저 달래느라, 해곤 오빠 진땀 깨나 흘렸습니다. 다 기억하고 있어요. 고마워요, 오빠.:))
낙담하지도 말고 자만하지도 말고 그냥 ‘늘 그렇게’ 준비하는 게 좋을 중요할 것 같습니다. 항심!
저 시험 볼 때마다 교수님들, 동기들 도움도 많이 받았고, 주변 선배들 도움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실무 평가 볼 때마다, 면접 볼 때마다... 자기가 알고 있는 정보는 물론, 회사 동기한테 부탁해서, 출입처 타사 선배한테 부탁해서 후기를 얻어다주고 정보를 건네주던 언니 오빠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기본 원칙이야 모두 같지만, 회사별로 전형별로 어떤 걸 중점적으로 보는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다르니까요. 아쉽게도, 학교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없었지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제가 줄 수 있는 도움은 전부 드릴게요. 시험장 문턱은 정말 닳도록 들락거려서, 제 경험치 안에서도 줄 수 있는 도움은 많은 것 같네요.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거?! 더이상 길어지면 안될 것 같아 줄입니다. 저 제천이 집인 거 알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어쩌면 저는 제천에서도 볼일이 있겠죠ㅋ 언제든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