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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농촌전문기자/PD 과정 취지/운영방안
- 관리자
- 조회 : 4678
- 등록일 : 2009-02-24
(대산농촌문화재단에 제출한 제안서를 요약한 것입니다)
<농촌전문기자/PD 양성과정> 설립취지와 운영방안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
<취지>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때부터인가 농업에 ‘사양산업’이라는 딱지가 붙여졌습니다. 농업은 공산품 수출을 위해 희생돼도 좋은 부문이고, 농업투자는 ‘밑 빠진 독’이라는 인식 속에, 우리 농업은 산업으로서 경쟁력을 잃고, 노인들이 힘겹게 농촌을 지키고 있는 형편입니다.
농업에 대한 그릇된 인식은 특히 언론에 의해 확대재생산되는 측면이 강하다고 봅니다. 농업/농촌 전문기자가 전무한 게 우리 언론의 현실입니다. 농림수산부 기자실조차 농업에 대한 지식도 애정도 없는 기자들이 잠깐 머물다 가는 출입처, 회사 안에서 데스크를 보는 차장급 기자들이 바람 쐬러 나오는 곳 정도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외국 언론사들이 농업 전문기자(Agriculture correspondent)나 농촌문제 전문기자(Rural affairs correspondent)를 두고, 농경제학적, 농촌사회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수준 높은 기사들을 내보내는 것과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아시다시피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 러시아 등 강대국과 북유럽의 복지국가들은 모두다 공업국인 동시에 농업국입니다.
이들 국가의 농업이 공업을 뒷받침하고 농촌사회가 활력을 유지하게 된 데는 농업에 대한 언론의 애정과 정책방향 제시 등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각광받는 정보기술(IT) 시장이 2700조원 규모인데 농식품은 4800조원 규모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변변한 해외농장, 세계를 무대로 하는 곡물회사, 농약회사 하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최근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 휴양과 식품안전성에 대한 인식 변화로 식량자급과 농업의 생태학적, 환경적 가치는 급속히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국가안보정책센터(CTNSP) 보고서는 “미래에는 농업분야가 석유분야와 같은 중요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얼마 전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사양산업으로 인식돼온 농업부문이 글로벌 수요 급증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제 농촌은 ‘떠나야 할 곳’이 아니라 ‘머물러야 할 곳’입니다. 교육받은 청년들이 ‘인간이 만든 도시’를 떠나 ‘신이 만든 농촌’으로 내려가야 할 때입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데 농업이야말로 ‘출퇴근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며, 자식에게도 물려줄 수 있는 ‘가업’이 되어야 합니다. 농업은 ‘전근대적 1차산업’이 아니라 생명과학기술과 결합하는 ‘지식산업’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현실은 어떻습니까? 농촌의 소득만 보전해주면 된다는 정책은 ‘도시사람들의 생각’일 뿐 농촌을 더욱 피폐하게 만드는 한 요인입니다. 실은 소득보전도 힘든 형편이고, 농업생산성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바다는 남획과 오염, 기름값 상승으로 어민들이 출어를 꺼리는 형편이고, 쇠고기 시장 개방으로 축산농가의 시름은 날로 깊어가고 있습니다. 산에 나무를 심을 줄만 알았지 그것을 제대로 이용할 줄은 모릅니다. 미국의 주택은 대부분 목조건물인데 우리나라는 겨우 5%에 지나지 않습니다. 환경문제 또한 농촌이 도시보다 더 심각합니다.
이런 정책실패의 물줄기를 틀고 우리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일은 언론이 앞장서야 합니다. 농촌/농업 전문기자/PD 양성과정이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입니다.
<운영방안>
국내에 처음 설립된 저널리즘스쿨대학원 (http://journalism.semyung.ac.kr/)은 설립 첫해인 2008년에 6명이 KBS MBC 경향신문 등 메이저 언론사에 합격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1기생이 25명밖에 안되고 아직 재학중인 데다 갑작스런 불황으로 지난해 하반기 언론사 취업문이 거의 1/3로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라고 자부하고 싶습니다. 올해 신입생 또한 매우 우수한 인재집단을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이런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농촌전문기자와 과학전문기자 등 ‘맞춤형 전문기자’를 양성하는 데도 힘을 쏟고자 합니다. 물론 인문사회학적 소양, 글쓰기와 영어구사 등 실무능력 배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저희 교수진만으로는 부문별 전문기자를 양성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대학교 또는 대학원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우선 농경제사회학부 등이 설치돼 있는 서울대를 비롯한 몇 대학교와 과정신설 문제를 협의할 계획입니다. 기자의 자질과 함께 농경제학적 지식과 농촌사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노인만 남아있는 우리 농촌은 정부가 지원을 하려 해도 사회복지 전달체계마저 갖추지 못한 상태이며, 결혼 이주 여성들도 우리 농촌에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몇 년 안에 취학아동의 1/4이 ‘Kosian’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문화사회의 진통은 농촌이 가장 아프게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농촌전문기자/PD 과정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언론사 입사관문을 돌파할 수 있도록 기자 소양교육에 중점을 두되, 전문성을 아울러 갖추기 위해 농경제사회학부 등에서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한다는 구상입니다. 물론 학점으로 인정하되 학점취득에 따르는 비용을 정산하는 식으로 대학간에 협약이 체결될 수 있을 겁니다.
지원자는 아무래도 농경제사회학부 경제학과 사회학과 출신 등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공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과정을 운영하면서 관련학과 출신자들은 기자소양교육에 중점을 두고, 비관련학과 출신자들은 농경제학이나 농촌사회학 강의를 많이 수강하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을 장학생으로 선발할 경우 기자와 PD 지망생으로 분리하는 게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영상의 시대’에 농촌문제에 전문성을 가진 PD를 양성하는 것도 기자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비용입니다. 2009학년도 기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등록금은 한 학기 385만원입니다. 1,2학년에 각 1명씩 2명을 전액장학생으로 양성할 경우 1년에 1540만원의 등록금이 소요됩니다. 물론 이 등록금은 공동으로 과정을 운용하게 되는 대학에 지급되는 비용을 포함합니다.
현재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은 한 기수당 등록금 전액 1명에 반액감면 9명으로, 1,2학년을 합쳐 20여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합니다. 또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에 한해 기숙사에서 숙식을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에 전원이 장학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학교당국은 농촌전문기자/PD 과정이 신설되면 그들에게도 기숙사 숙식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유일의 농촌문화재단인 귀 재단이 저희 저널리즘스쿨의 농촌전문기자/PD 양성과정 설립제안서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 참고사항 (졸업생 진로)
저널리즘스쿨 출신이 언론계의 주축을 이루는 선진국과는 달리, 한국 언론사의 충원관행은 대체로 공채와 도제식 수습교육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여러 언론사 사장 등 간부들을 많이 접촉해본 결과 그들도 현행 제도에 문제가 많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실제로 채용관행도 바뀌고 있습니다. 날로 전문화하는 사회 각 분야를 따라잡기 위해 전문분야가 있는 지원자를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농촌 전문기자를 예로 들었더니 잘 키워놓으면 특채 형식으로라도 뽑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사장도 있었습니다.
물론 안전판으로 언론사 공채를 통과할 수 있는 실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겠지만, 그것은 저희한테 맡겨진 과제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농촌전문기자/PD 과정 1, 2기생은 특채로 메이저 언론사에 입사할 수 있게 노력해 그 효과가 다른 언론사에 파급되도록 하겠습니다. 각 신문사, 방송사, 통신사에 농촌문제 전문기자/PD가 한 두 명씩만 있어도 우리 농촌사회 또는 농업에 대한 인식과 현실은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